진안고원길 완주,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진안고원길 완주,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한때 '닥공'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떤 축구팀이 지향했던 '닥치고 공격'이라는 말을 줄여 부른 것인데 이것저것 재지 않고 화끈하게 공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말만으로도 기대감이 샘솟았다.

그렇다면 혹시 '닥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닥배는 '닥치고 배낭 메고'의 줄임말로 이번 KGP에 선수로 참여한 참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에 가서 보면 KHT 행사 외에도 다양한 산과 길에 선 참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뭐라 하지도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묵묵히 걸어간다. 쉬는 시간까지 계산하여 자신이 얼마의 속도로 걸을 수 있는지 시험한다. 매번 계획과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힘들 때는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다시 걷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바로 송종호님이다. 

한 발 한 발 쉼없이 걸어온 송종호님은 이번 진안고원길 완주로 500km를 달성했다. 
(이하 한국고갯길은 ‘KHT’, 송종호님은 ‘송’으로 표기한다.)

KHT : 500km 달성 및 진안고원길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송 : 행복합니다. 첫 날 부터 내일 할 수 있을까, 내일 할 수 있을까 그랬는데 중간쯤 지나니까 어떻게든 굴러서 이 시간까지 왔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500km의 경우 지금까지 이만큼 걸었구나 싶어서 뿌듯합니다. 

진안고원길,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진안고원길,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KHT : 깜깜한 새벽마다 길을 나설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송 : 저는 더위 피해서 가는 것도 있지만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속도도 더 나고 괜찮았어요. 멧돼지 나올까봐 긴장하기는 했는데 고함 지르면서 갔습니다. 이번에 날짜를 잘 선택해서 비도 오고 그렇게 뜨겁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KHT : 행사는 언제 처음 참석하셨나요?

송 : 진안고원길 행사 처음 할 때 후배가 참석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시간 될 때마다 참석하면서 진안도 몇 번 오고 해남도 가고 햇수로는 좀 오래됐어요.   

KHT : 행사에 계속 참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송 : 짐 서비스가 좋았어요. 짐을 메고 먼 거리를 걸을 수 없는데 짐을 배송해주니까 편안하게 걷고 야영하면 되겠다 사람들 같이 와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얘기도 하고 좋은 길도 같이 걷고 지역 음식도 맛보고 그게 좋았습니다.

KHT : 백패킹을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나요?

송 : 원래는 산을 탔어요. 그러다 우연히 백패킹을 알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좋은 데 가서 좋은 경치 보면서 차도 마실 수 있고 산에서 자고 나니까 머리도 가볍고 그래서 계속 하게 됐습니다.

KHT : 참여하신 행사 중 가장 좋았던 길은 어디인가요?

송 : 저는 해남입니다. 달마고도도 좋았고 도솔암도 좋았어요. 처음 갔을 때도 좋았고 두 번째 땅끝마을 갔을 때도 좋았어요. 주변에 식당도 맛있었고 가격도 저렴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진안의 경우 7박 8일 한 번에 해야돼서 나름 도전이었고 힘들었는데 성공해서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진안은 돼지고기가 참 맛있었습니다.

KHT : 지금까지 많은 길을 걸어오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계속 걷기를 이어오고 계신가요? 

송 : 특별한 것은 없고 출발할 때 내가 시간 당 5km를 걷겠다 목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물론 못할 때도 있는데 맞춰서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쉬는 시간도 되도록이면 계산해서 쉬려고 하는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아요. 그래도 비슷하게 맞춰지니까 계속 걷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진안고원길,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진안고원길, 송종호님. (주)오디스 제공

KHT : 행사에서 만난 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들 계신가요?

송 : 여기서 만난 분들 다 좋았어요. 같이 밥도 먹고 이런저런 조언도 듣고 장비라든가 내가 모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바르는 약이라든지 걸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라든지 그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니 좋죠. 검색하면 다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 보고 듣는 것과는 달라요. 

KHT : KHT 행사 외에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 있나요? 

송 : 울릉도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걸어보고 싶고, 예전에 울트라바우길 행사를 여기서 진행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KHT : 앞으로 걷기 활동의 목표가 있을까요? 

송 : 기회만 된다면 외국의 유명한 길 중 하나라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도 좋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참석해서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송종호님은 정말 닥치고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 진심으로 길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뭔가를 더 하려고도 덜 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길을 알아봐주는 사람, 길도 그런 그를 알아보고 자신의 전부를 기꺼이 보여줄 것만 같다. 그의 정직한 발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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