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 달성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500km 달성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걷기가 마무리되는 도착 지점에 카메라를 들고서 기다리다 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참가자 중의 한 명이 바로 김춘만님이다. 김춘만님은 힘들고 지친 가운데도 해맑은 모습으로 "저 꼴찌 아니죠?"라고 묻는가 하면 스틱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해준다. 

그런가하면 캠핑장이 아닌 숙소에서 1박을 진행했던 행사에는 T.P.O(때, 장소, 경우)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캐리어를 들고 오기도 했다. 돌아갈 때는 산 아래 등산복과 배낭을 멘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부끄러워했지만 그래도 주최측에서는 그런 작은 배려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늘 유쾌하고 따뜻한 말로 스탭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김춘만님은 이번에 7전 8기의 정신으로 마침내 진안고원길 201km 일시종주에 성공했다. 동시에 500km도 달성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하 한국고갯길은 ‘KHT’, 김춘만님은 ‘김’으로 표기한다.)

KHT : 500km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진안고원길은 그동안 몇 년 동안 도전만 하고 완주를 못했는데 이번에 완주함으로써 그동안 남겨놨던 숙제를 해결했다는 후련함이 있고 반면에 또다른 삶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길에는 계속 있겠지만 또다른 목표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HT : 언제 처음 행사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김 : 유튜브에 올라온 진안고원길 1회 행사 영상을 보고 제가 계획하고 목표하는 것과 가장 일치하는 것 같아서 그 다음해 진안고원길 행사부터 참석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여러 행사에 참석했지만 직업상 자주 나오거나 꼬박꼬박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만일 나왔다면 이번에 500km가 아니라 1000km를 받았을 겁니다. 

KHT : 처음 참석하셨던 계기가 계획하고 목표하는 것과 행사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라고 하셨는데 그 계획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 : 제가 공직에 30여년 간 근무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몸도 부실하고 다치고 수술도 자주 하면서 제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동네부터 조금씩 걷고 있었는데 그때 유튜브에서 한국의 산티아고라 불리는 진안고원길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진안고원길 완주,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진안고원길 완주,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KHT : 500km를 달성하기까지 계속 걷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 : 길에 서면 삶의 무게를 많이 내려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내 몸이 힘들고 지쳐갈 때쯤 되면 머릿속에 있는 스트레스를 잊게 됩니다. 그리고 숨이 턱까지 차게 고갯길을 올라가다 보면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마약처럼 어느샌가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게 됩니다. 길만 보면 나서고 싶어서 큰일이에요. 중증입니다.

KHT : 특히 이번에 수술 후에 진안고원길을 완주하셨는데 어떤 생각이 많이 드셨나요?

김 : 이번 행사 기간에 딸이 문자를 했어요. 힘들면 그냥 돌아오라고요. 근데 그게 힘이 많이 됐고 일주일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보고싶고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KHT : 500km를 걷기까지 여러 행사를 참석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요?

김 : 누구라고 딱 집어 얘기하기보다 같이 걸었던 모든 분들이 생각납니다. 항상 길을 나서면 보살펴주시고 챙겨주시고 나눠주시고 도움을 주신 분들, 여기 대표님 포함해서 그분들이 계셔서 제가 꾸준히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모든 분들은 다 선하고 좋으신 분들 밖에 없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치고 악하고 사람에게 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KHT : 지금까지 걸었던 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은 무엇인가요?

김 : 진안고원길은 너무 좋은데 후반부에 가서 항상 완주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해서 후련하고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해남 달마고도입니다. 긴 코스도 아니고 힘들지도 않은데 너무 이쁩니다.

KHT :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가 있다면 소개부탁드립니다.

김 : 길을 나서면 특별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뒤에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길에 남겨두려고 합니다.

진안고원길.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진안고원길. 김춘만님. (주)오디스 제공

KHT : KHT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면?

김 :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배낭에 물 두 통, 빵 하나 넣고 빨리 결제하고 오세요. 그러면 됩니다. 그러면 먹을 것도 생기고 잘 때도 생기고 즐거움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다 날릴 수 있고 뒷 사람을 위해 여러 에피소드들을 길에 남겨두고 또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처음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결제하면 생깁니다. 걷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여기 오신 분들이 항상 괜찮냐고 물어보시고 끌어주시고 하니까 처음 나설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진안고원길 완주로 숙제를 끝낸 김춘만님은 또 어떤 목표를 찾아 길 위에 서게 될지 궁금하다. 하지만 목표가 무엇이든 어떤 길 위에 서든 충분히 잘 해낼 것이 틀림없다. 도착지점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 진정한 승자가 김춘만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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