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트레킹노트 제공
무등산 정상. 트레킹노트 제공

지난 12일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에서는 눈꽃이 만발한 무등산 국립공원과 지리산 국립공원의 모습이 방영됐다.

먼저 오세진 트레일 러너와 양영미 자연환경 해설사가 화순의 작은 마을을 들머리 삼아 무등산에 올랐다.

양영미 해설사는 본격적인 등반에 앞서 오세진 작가에게 무등산의 깃대종인 수달 달콩이 배지를 선물했다. 깃대종이란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로 지리산은 반달곰, 월악산은 산양, 무등산은 수달이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로 해발 1,187m의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고귀한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광주광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어머니의 품처럼 모두에게 평등한 산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부드럽고 은은한 겉모습과는 달리 거친 바위길을 숨겨놓고 있어 외유내강의 반전매력을 가진 산이기도 하다.

오세진 작가와 양영미 해설사는 도원명품마을에서 시작해 규봉암을 지나 장불재까지 총 4.2km의 코스를 선택했다.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규봉암으로 오르는 길은 험한 편이지만 광석대, 입석대, 서석대 등 보석같은 경관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 중 하나이다. 

무등산 광석대. 트레킹노트 제공
무등산 광석대. 트레킹노트 제공

무등산은 다양한 지질 명소를 품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등재됐다. 무등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1,000m에 위치한 돌기둥 광석대는 입석대,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을 대표하는 주상절리로 규봉암을 호위하듯 우뚝 솟아 신비하면서 장엄하게 느껴진다.

바닷가나 강가가 아닌 높은 산악지대에서 주상절리를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로 광석대의 돌기둥은 높이 30~40m이며 기둥 하나 너비가 7m에 이르는 세계 최대 절리면을 자랑한다.

너덜바위라고 불리는 지공너덜은 주상절리가 오랜 세월 풍화 작용으로 깨지면서 산 능선을 타고 모여진 산물로 독특한 지형 경관을 이룬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광주 시민에게는 삶의 활력소를 외지인에게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백마능선은 안양산 정상에서 낙타봉, 무등산 장불재로 이어지는 대규모 능선으로 말의 등을 닮은 지형 위에 핀 억새가 백마의 갈기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겨울의 색을 덮어쓴 새하얀 산고대는 이때가 아니면 못 볼 풍경으로 마주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지리산 서석대
지리산 서석대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까지는 0.9km로 약 30분이 걸린다. 입석대는 무등산 정상부에 형성된 기둥 모양의 전형적인 주상절리로 무등산을 지켜준다는 선돌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어머니의 품 무등산을 오르내리며 마음에 위안을 얻고 오르면 오를수록 빛나는 무등산의 맑은 기운을 받으며 서석대에 올라 산행을 마무리했다.

특별히 봉우리나 비탈길이 없어도 무등산이 한 순간도 지루할 새 없는 이유는 어느 산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경치 때문일 것이다. 4계절 모두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눈꽃의 풍광은 무등산 경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리산 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은 1967년 지정된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3개 도와 5개 시군에 걸쳐 가장 넓은 면적을 지난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천왕봉을 포함해 1,000m가 넘는 높은 봉우리를 20개나 가지고 있지만 300km에 달하는 둘레를 자랑하며 높은 봉우리들을 넉넉히 품고 있는 내륙에서 가장 높고 넓은 산이다.  

전남 구례군에서 클린하이커스 리더 김강은씨와 그녀의 아버지, 동료, 지리산국립공원의 양경희씨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클린하이커스는 등산하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킹 모임이다. 김강은씨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 산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해 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행이 종주를 시작한 곳은 화엄사. 지리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천년 고찰 화엄사는 국보와 문화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화엄종의 중심 사찰로 연기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주 첫째 날 김강은씨 일행이 가야할 코스는 화엄사에서 화엄계곡,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약 7.6km이다. 계곡이 흐르며 내는 청량한 물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귀한 약을 먹듯 숲이 내뿜는 건강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도착한 곳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봉우리 중의 하나인 노고단이다.

해발 1,507m의 노고단은 길상봉, 남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신라 시대 때 가장 중요한 봉우리(남악)에서 노고 할미라는 산신께 제사를 지내던 단에서 유래한 노고단으로 가장 많이 불린다.

새하얀 눈꽃이 핀 지리산 상고대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일행은 천왕봉까지 가는 종주를 시작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25.5km로 1,500m에 달하는 능선 십여 개를 지나야 하는 멀고도 험한, 단일산 능선으로는 최장의 코스이다.  

이굽이 넘고 저 모퉁이 돌아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3개 도에 걸친 여러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임걸령은 노고단과 삼도봉 사이 고개로 샘물이 풍부하고 맛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1,499m의 삼도봉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걸쳐 있는 봉우리로 삼각뿔 모양의 표시석에는 각 도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삼도봉에서 벽소령,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까지 약 18.3km 약 9시간 거리지만 자주 와보는 이의 걸음도 멎게할 만큼 절경을 보여준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지리산을 걷는 것은 겨울 산행의 묘미이다. 산만 줄 수 있는 행복감을 맛보면 소중한 이와 함께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게 된다.

지리산 촛대봉
지리산 촛대봉

촛대봉은 세석평전 동쪽에 솟은 봉우리로 촛농이 흘러내린 모양을 하고 있어 촛대봉이라 불린다. 둘레 12km의 세석평전은 오래전 화랑도의 훈련장이자 동학농민 전장으로 사용되었던 지리산 생명의 보고이다.

장터목은 남북쪽 사람들이 모여 장을 세웠던 가장 높은 곳에 펼쳐진 장터로 지금은 지리산 종주 산객들의 쉼터인 대피소가 있다. 국립공원 19개 대피소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피소로  일출명소이기도 하다.

지리산 종주의 마지막은 장터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로 산세가 험해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하늘로 향하는 문이라는 의미의 통천문을 지나 머리 위로 발밑으로 흘러가는 천왕봉 운해를 마주한다. 

천왕봉 일출
천왕봉 일출

드디어 오른 천왕봉 정상 1,915m.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마주한 일행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낀다.

어제와 오늘이 자리를 바꾸는 순간, 지리산 최고봉에서 새로운 빛과 마주한 이들에게 삶의 고단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새로운 희망과 시작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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