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KBS1 TV에서 방영된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에서는 겨울날의 따스한 동행이라는 주제로 고창 선운산과 대청호 오백리길이 방송됐다.

‘트래킹노트 세상을 걷다’는 다양한 주제 아래 2~3곳 이상의 지역 및 트레일을 묶어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가 모두 담겨진 움직이는 여행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선운산 출연자.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선운산 출연자.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이번 '겨울날의 따스한 동행'편에서는 향토사학자 이병열씨와 선운사 대일스님이 고창의 명산 선운산을 찾았다.

이병열씨가 대일스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선운산 초입의 선운사로, 577년 검단스님이 주민들과 함께 큰 못에 있던 용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운사는 번창할 무렵 8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주요 사찰로 지금도 김제의 금산사와 함께 전라북도 2대 본사로 빼어난 자연환경과 소중한 불교문화재를 품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운산.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선운산.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이병열씨와 대일스님은 도솔제에서 시작해 투구바위, 사자바위, 쥐바위, 배맨바위, 낙조대까지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

향토사학자와 스님이 익숙하지만 새로울 그 길을 나란히 걸으며 자연의 위대함과 선물처럼 펼쳐진 경관을 감상했다.

선운산의 선운(禪雲)은 구름 속에서 참선을 한다는 의미로 과거 도솔산이라 불리다가 절의 이름을 닮아가 선운산으로 고쳐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선운산은 해발 300m 남짓 낮은 산이지만 빼어난 기암괴석과 천년 고찰 선운사가 있는 호남의 명승지로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으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선운산의 기암괴석은 화산작용의 결과물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석에 비와 바람의 침식 작용이 더해져 독특하고 기묘한 자태를 보여준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는 사자바위는 산으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운산에서 경사가 가장 급한 코스지만 밧줄을 잡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이어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고창의 자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청룡산 배맨바위는 배를 매어두었던 바위라는 뜻으로 고창의 지형을 풍수지리로 풀어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천이 배가 달리는 행주형 모양이라 배를 붙잡아놓지 않으면 배가 떠난다고 해서 배를 매어 둘 바위가 필요했는데, 배맨바위의 모양이 배를 밧줄로 묶은 것 같다고 해서 불리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선운산.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선운산.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두 사람은 도솔천과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마봉을 지나 낙조대에서 일몰을 감상했다. 바쁜 일상 속에 자연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선운산에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방송에서는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대청호가 소개됐다.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인공 호수로 한 해 200만 명이 찾아오는 이름난 여행지이다. 

대청호.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대청호.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이곳의 대청호 오백리길은 구간별로 코스가 긴 편이지만 어디로든 들고나는 게 쉬워 여행자의 체력이나 취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산책하듯 걸을 수도 있다.

대전 토박이 산악 가이드 이상은씨와 대청댐 수몰민 홍미애씨가 대청호 오백리길을 함께 걸었다.

대청리 오백리길은 호수를 끼고 산을 마주보며 숲길, 계곡길, 마을길이 이어져 다채로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지만 교통이 편리해 한적함과 접근성을 모두 갖춘 길로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청호는 고향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푸근한 품을 내어주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을 주는 길로 벗과 동행한다면 추억과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두 사람이 찾은 민평기 가옥은 조선 말 고종황제의 승지를 지낸 민후식이 지은 집으로 원래는 대청호 수몰 지역에 있었으나 타지로 떠나지 않고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여 후손이 살고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에는 2만 6천 명 수몰민의 눈물과 땀, 아픔의 이야기가 남아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오백리길에서 가장 험하기로 소문난 5구간을 걸어 백골산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여정을 마쳤다.

대청호 오백리길 호반낭만길.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대청호 오백리길 호반낭만길.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제공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 프로그램은 높은 영상미와 경쾌하고 가벼운 감성으로 추위와 코로나19로 비자발적 집콕을 하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는 물론 잠든 '여행'의 DNA를 일깨워준다. 

눈 덮인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었던 이상은씨가 방송에서 읊었던 시로 리뷰를 맺겠다.

눈 덮인 겨울 들판을 걸을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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