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요즘이다. 기업이나 기관들이 마케팅 활동을 할 때 MZ세대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분석이 많지만, 가장 흔하게 '자신만의 가치관과 정의가 있고, 도전정신이 있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그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볼 뿐이다.

얼마 전 TV에서 이름 모를 스무 살 가수가 부른 최백호의 '길 위에서'를 들었다. 그동안 여러 가수들이 부른 다양한 '길 위에서'를 들었지만 뭔가 달랐다. 

처음 그 가수가 이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고작 20년 밖에 살아보지 않은 인생에 어떤 회환이 있을까 별 기대가 없었는데 여운이 오래 남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정반대의 경우에 많이 쓰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충분히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백호 앨범 '다시 길위에서'
최백호 앨범 '다시 길위에서'

2012년에 나온 '길 위에서는' 최백호가 12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다시 길 위에서'의 수록곡이다. 당시 KBS2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극중 차순봉(유동근)이 죽기 전 밤에 가족들 앞에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긴꿈이였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 거친 바람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꿈이였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 대답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잎들 덮고 새들노래를 하던 / 뜰의 옷에 견딜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푸른하늘 위로 옷은 날아오르고 /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할 시간이 되었다면 /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가사에서 보듯 이 노래는 걸어온 인생 길을 돌아보며 스쳐간 인연들, 다정한 얼굴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는 곡이다. 최백호가 부른 원곡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느린 왈츠풍 리듬이 힘을 뺀 최백호의 목소리와 만나 쓸쓸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 위에서'는 최백호가 걸어온 음악 인생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평가받으며, 한국대중음악상 2013년 최우수 팝-노래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곡이 수록된 '다시 길 위에서' 앨범은 팝 재즈, 누에보 탱고, 라틴, 집시 스윙, 로맨틱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져 있으며 여기서 최백호는 시간의 무상함과 존재에 대한 연민,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향한 회한과 애상을 드라마틱하게 노래했다.

이후 '길 위에서'는 가수 아이유, 팬텀싱어2의 참가자들이 불러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JTBC 싱어게인2, 64호 가수의 '길 위에서'. 싱어게인2 캡처
JTBC 싱어게인2, 64호 가수의 '길 위에서'. 싱어게인2 캡처

이번에 '길 위에서'를 부른 가수는 JTBC 싱어게인2에 참가 중인 64호 가수이다.

JTBC 싱어게인2는 무명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즌1의 흥행에 힘입어 2로 다시 돌아왔다. 이 오디션의 특징은 가수의 이름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1호~73호로 부르다가 매 라운드 탈락이 결정되었을 때 이름이 공개된다. 

64호 가수는 '나는 7080 가수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첫 경연곡으로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담하게 불렀다. 40년이 넘은 곡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담백했다. 노래 후에는 BTS 노래에 맞춰 춤을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싱어게인2의 김이나 심사위원은 이후 64호 가수가 부른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을 듣고 '방치되었던 나를 돌아가서 달래주고픈 그 마음을 톡 건드리는 64호만의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64호 가수가 부르는 최백호의 '길 위에서'를 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무심한 듯 툭 건네지만 그 무엇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

모든 인연에게 건네는 고마움의 말, 그 안에 담긴 '괜찮다'는 메시지.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케팅에서 정의하는 '정의롭고 자기 가치관이 확실한' MZ세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MZ세대에 속해있는 64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느낀점은 '나'도 '너'도 '우리' 모두 '괜찮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미가 넘친다는 점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심란하다면 가까운 둘레길을 걸으며 64호 가수의 '길 위에서'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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