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큰 섬 영흥도는 알 만한 이들은 알겠으나 보통은 꽤나 생소한 이름이다. 차라리 인근의 대부도나 제부도는 들어봤어도 선재도와 영흥도를 일부러 여행삼아 찾아간 이는 드물 것이다.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거쳐 선재도를 지나 영흥대교를 거쳐 도달하는, 비록 연도교로 이어져 있지만 무려 두 개의 섬을 지나야 만나는 영흥도는 서해로 믿겨지지 않을만치 맑은 물과 웅장한 갯바위, 그리고 임도가 어우러진 걷는 맛 좋은 국사봉, 양로봉 등의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다.

​7월의 한 여름을 불과 며칠 남지않은 어느 날, 로드프레스는 인천 옹진군 영흥도를 걷기위해 섬과 섬을 지나 영흥도의 자랑 십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영흥도의 대표적인 산 국사봉을 오른 후 장경리 해수욕장을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기획해 보았다.

​섬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한 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달려주는 해변과 숲의 기운이 가득한 길을 걸어보자. 영흥도, 꽤 매력있는 섬이다.


십리포 해수욕장
십리포 해수욕장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소사나무 군락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소사나무 군락

먼저 십리포 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다. 대부도에서 선재도, 영흥도를 지나며 많은 편의점, 슈퍼, 식당 등이 있어 식사나 필요한 간식, 음료등을 구매할 수 있지만 설령 놓쳤더라도 이 십리포 해수욕장에도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코스 내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편인지라 즐거운 하이킹이 가능한 섬이다.

​너른 백사장이 인상적인 십리포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십리라는 뜻이 아니라 영흥도 선착장에서 십리가 떨어진 곳에 있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해변의 총 길이는 1km에 폭은 30m로, 고운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해변과 서쪽의 해식애가 인상적인 기암괴석과 갯바위군이 어우러져 영흥도의 보물로 손 꼽히는 해변이다. 

​이 해변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소사나무 군락이다. 여느 아름다운 해변이 해송과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한다면 이 영흥도의 십리포 해수욕장은 소사나무 군락지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강렬하게 구부러지며 뻗어나가는 소사나무 군락은 수령이 150년 이상, 300그루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해변을 즐기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안데크 십리포해변길
해안데크 십리포해변길

아름다운 십리포 해수욕장의 끝에는 데크로 만들어진 해안산책로가 보인다. 바로 십리포해변길이다.

약 300여 m에 이르는 이 십리포해변길 산책로는 만조시 바다와 갯바위 위를 걷는 즐거움을 주고 산 쪽으로는 파도에 침식되어 깊게 파인 해식애의 절경을 보여주어 짧지만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데크 마지막에는 계단을 올라 전망대를 올라 십리포 해수욕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어린아이의 즐거운 외침과 낚시를 즐기는 이의 힘찬 던지기를 뒤로하고 해안데크로 나아간다. 그 멋진 풍경, 어떻게 와도 바다는 무조건 옳다는 그 믿음이 오늘도 새삼스럽게 다시 떠오른다. 

십리포해안길의 끝에서 만난 해변
십리포해안길의 끝에서 만난 해변
금계국이 화사한 꽃길을 오른다
금계국이 화사한 꽃길을 오른다

십리포해변길을 지나 데크 전망대를 오르면 전망대에서 금계국이 화사한 오솔길 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햇살이 뜨거운 해변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원한 숲의 기운을 잘 닦인 임도따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정말 시원하고 걷기 좋은 임도가 한참 계속된다.
정말 시원하고 걷기 좋은 임도가 한참 계속된다.
소박한 안내판
소박한 안내판

이 임도를 걷다보면 몇몇 갈림길이 나오며 카페나 펜션, 캠핑장 등으로 걷는이를 인도하는데, 사실 영흥도에 크게 둘레길이 제대로 정착되어 있거나 표식이 잘 되어있지는 않은 편이라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그대로 직진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임도를 걸을 수 있다. 

​그래도 헤매일 만한 곳을 꼽으라면 임도에서 오르막을 올라와 도로를 만날 때 '아침풍경 펜션'에서 우측, 바다 방향으로 가지말고 좌측으로 국사봉 방면으로 나아가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된다.

​또 하나 안전에 주의할 점은 장령리 해수욕장에서 사륜 레저 오토바이가 이 임도를 따라 오가는 것이다. 레저 오토바이 코스로 이용되고 있으니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면 임도의 가장자리로 피하는 것이 좋다.

국사봉 방면으로 나아갈 때에는 오토바이를 전혀 보지 못했지만 원점회귀로 돌아올 때에는 꽤 여러대를 만났다.

도로 건너 통일사 방면 진입
도로 건너 통일사 방면 진입

임도를 따라 내륙 쪽으로 나오다 보면 곧 도로 하나를 만난다. 당황하지말고 바로 도로 건너편을 보면 통일사 방향 표지판이 세워진 오르막길이 있다. 이 오르막길을 따라 임도가 이어진다.

​약간의 오르막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국사봉 인근의 7~8부 능선에 평탄하게 난 걷기좋은, 경사 없는 임도가 나타난다. 십리포 해수욕장을 벗어나 즐겼던 그 임도의 정적인 느낌과 상쾌함이 다시금 영흥도의 속살에 취하게 한다.

​이 임도또한 몇 군데의 갈림길이 있으나 무시하고 직진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영흥 익령군길 통일염원길 표지판이 나오며 아래로 내려가는 통일사 방향과 직진하는 국사봉 방향으로 나뉘어지는데 당연히 국사봉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통일사로 내려와도 통일사를 지나 국사봉을 오를 수 있지만 막판에 만나는 된비알이 꽤 땀을 내므로 유의하자. 참고로 어차피 통일사는 국사봉에서 하산하며 만나게 되기에 일부러 힘든 코스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임도 끝의 오르막
임도 끝의 오르막
국사봉 능선길
국사봉 능선길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이어지는 계단 오르막, 그리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은 아니라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르면 시원한 소나무 사이로 난 아름다운 등산로가 걷는 이를 반긴다. 국사봉 능선이다.

​이 국사봉 능선은 큰 오르내림이 없이 매우 걷기 편하다. 게다가 중간중간 걸터앉아 쉴 만한 바위도 있어 더욱이 걷는 이를 기쁘게 한다. 

​사실 영흥도에 영흥 익령군길이라는 이름으로 17개의 짧은 코스(위에 쓴 십리포해변길, 통일염원길을 비롯해 장경리솔길, 절골길 등 여러 길이 있다.)의 둘레길들이 있지만 그 길이도 짧을 뿐더러 전체 코스가 간간히 나타나는 방향표지판 외에는 별다른 안내표식이 없고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물론 영흥도 자체가 편의시설이 잘 갖취져 있고 걷기 좋은 곳이지만 '길' 그 자체의 관리나 편의보조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이렇게 앉아 쉴 수 있는 바위를 만나는 것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국사봉 정상의 쉼터와 소사나무 군락
국사봉 정상의 쉼터와 소사나무 군락
통일사 내려가는 길
통일사 내려가는 길

국사봉의 정상에는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있다. 비록 우거진 나무때문에 사방이 탁 트인 전경을 볼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이가 시원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전망대를 빼곡히 둘러싼 나무가 낯이 익다. 바로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본 소사나무다.

이 소사나무 군락은 십리포에서 한참은 떨어진 이 국사봉 정상에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크기는 오히려 십리포 해수욕장의 나무들보다 훨씬 크다. 십리포 쪽의 나무들은 수령이 150년 이상이라 하였는데 이 전망대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수백년 이상이라 하니 이 쪽이 한참은 어르신인 셈이다.

​이 국사봉은 고려 말기 혼란을 피해 신분을 감추고 이 곳으로 이주한 고려 왕족 익령군 왕기가 날마다 올라 개성 쪽을 바라보며 나라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는 전설이 담긴 산이다. 애시당초 '연흥도(延興島)'였던 섬 이름을 '영흥도(靈興島)'로 개칭한 것도 이 왕기이니 영흥도의 이름부터 시작해 섬이 품은 산과 길은 모두 왕기의 숨결이 닿은 셈이다.

​데크에서 목을 축이고 통일사, 버드니 방면의 표지판을 찾아 아래로 내려간다.

작은 사찰 통일사
작은 사찰 통일사

통일사, 버드니 방면으로 내려가면 곧 공터가 나오고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좌측 버드니 방면은 방향 안내판이 달려있지만 나머지 방향으로는 표지판이 모두 떨어져 나가 방향을 가늠키 어렵다. 버드니로 내려가도 장경리 해수욕장을 만나게 되지만 국사봉까지 왔으면 통일사를 안 볼 수 없는 법이니 방향 안내판이 없더라도 잘 정비된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리 오래지않아 목탁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통일사를 만나게 된다.

​이 통일사는 1983년 창건된 그래 오래지는 않은 사찰이다. 혹시 이 영흥도가 한국전쟁 당시 유격대가 격전을 치르던 장소였고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십리포 해수욕장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역할을 했던 곳이라 통일사인가 생각했으나 절 앞의 안내문을 읽고 고개가 숙여지고 말았다.

​이 절을 창건한 여승 명수스님(속명 최선규님, 2014년 입적)은 어린 나이에 남편 서형석씨와 혼인을 하였으나 한국전쟁이 발발, 남편 서형석씨는 1951년 1.4후퇴 당시 학도군으로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 한을 풀기위해 속세를 떠난 스님은 이 곳 국사봉에 통일사 사찰을 짓고 항상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며 염불하셨다고 한다.

​그저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찾은 절에서 이 먹먹한 이야기를 보노라니 어찌 가볍게 앉았다 갈 수 있었겠는가.

장경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다
장경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다
바닥이 드러난 장경리 해수욕장
바닥이 드러난 장경리 해수욕장

통일사를 내려와 펜션과 캠핑장을 지나면 영흥도 순환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 도로를 따라 걸으면 오래지않아 장경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1.5km에 이르는 해변과 1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어우러진 장경리 해수욕장은 출발지인 십리포 해수욕장보다 규모도 훨씬 클 뿐더러 슈퍼, 펜션, 편의점,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도 매우 잘 갖추어져 있다. 말 그대로 영흥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아직 6월의 끝자락이건만 이미 온도는 한 여름과 다를바 없기에 간만에 비가 오지 않는 휴일, 많은 가족들이 이 장경리 해수욕장을 찾고 있었다. 특히 십리포에서 이제 막 시작되었던 간조는 국사봉을 지나 장경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완연히 빠져들어 드넓은 사장이 그대로 드러난 풍경이었다. 많은 이들이 바지락 등 조개를 캐고 있었다.

​장경리 해수욕장의 풍경을 담고 동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해수욕장 끝부분에서는 도로로 바뀐다. 

​최초 십리포의 임도가 끝이 나고 바로 도로를 건너 통일사 표지판의 오르막을 오르던 그 곳까지 합류하는 데에는 약 1.5km 정도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이 도로 구간은 처음에는 폭이 좁아도 갓길이 있지만 이후로는 갓길이 없어지기에 오가는 차량을 주의해서 걷는 것이 좋다. 다행히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아마 무의도일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아마 무의도일 것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통일사 방면 오르막을 곧 만나 이 곳에서부터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거슬러 십리포 해수욕장까지 가기로 한다. 걸어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트레킹을 즐기던 초반에는 꽤 번거롭고 귀찮은, 솔직히 짜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걸으면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과 느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충분히 그 멋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원한 임도도 마찬가지이다. 십리포 해수욕장을 지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늘 아래에서 씩씩하게 나아갔던 모습이 불과 몇시간 만에 땀에 젖은채로 되돌아오는 풍경이지만 이미 왔던 길이라고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달아오르고 피곤한 몸에 내려진 바람과 그늘은 처음 느낌보다 더 시원하고 달콤하다.

간간히 드러난 햇살 내리쬐는 구간도 그만큼 밝은 빛이 녹음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감사할 따름이다.

시작할 때에는 못 보고 지나친 표지판
시작할 때에는 못 보고 지나친 표지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십리포 해수욕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십리포 해수욕장

처음 시작 당시 데크의 끝에서 나를 반겨주던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핀 꽃길은 이젠 임도의 끝에서 나를 데크로 인도한다.

십리포에서 진행할 시에는 못 본 '바다 가는길' 이라 쓰인 수수한 표지판과 갈매기 그림이 노란 금계국밭 사이에 세워진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오늘 걸은 길은 이 사진 한장으로 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십리포해안길 전망대에서 십리포 해수욕장을 바라본다. 오늘 여정의 출발지점이자 최종 도착지이다. 그 서해안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바다와 푸른 녹음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으로 만나는 것과 '걷기여행'으로 만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무엇이 더 나은가를 논한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점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이 확대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영흥도를 찾은 것이 이 번이 네 번째인듯 싶다. 그 네 번의 여행 중 가장 짧은 시간을 섬에서 머물렀지만 가장 즐겁게 즐겼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걸을 수 있어서 참 고마운 섬이었다. 영흥도.


-코스 내 편의시설-

​식당/슈퍼/편의점 : 십리포 해수욕장, 장경리 해수욕장

​화장실 : 십리포 해수욕장, 통일사, 장경리 해수욕장

​*영흥도 십리포 - 국사봉 - 장경리 - 십리포 원점회귀 하이킹 : 총 거리 약 10km, 소요시간 3시간 반 (휴식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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