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산정호수.

​산정호수는 산에 있는 우물(山井)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맑은 수질과 호수를 둘러싼 아름다운 산세가 인상적인 곳이다. 자연발생적인 호수는 아니며 1925년 농수용저수지로 만들어진것이 그 시작이다. 주변에는 명성산을 비롯해 여러 높은 산봉우리, 자인사와 등룡폭포, 비선폭포 등의 볼거리가 있으며 후백제의 궁예가 이 명성산에서 왕건의 군대와 싸워 대패, 죽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이 산정호수는 현재 유원지로 많은 음식점과 상가들이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수변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다. 크진 않지만 놀이공원도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이 산정호수의 둘레를 도는 산정호수 둘레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민관광지를 넘어 국민 산책로로 뜨고 있다.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멀지만 그래도 주변 관광을 하거나 명성산 등을 등산하며 함께 연계하여 걸어볼 만한 길이다.


둘레길 진입로
둘레길 진입로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잘 조성된 음식점 거리를 지나면 둘레길의 초입으로 진입할 수 있다. 원점회귀형 둘레길로 어느쪽으로 돌아도 상관은 없으나 이 날은 주차장 진입 기준으로 왼쪽으로 진입하여 걷기로 했다.

​길의 표식은 별도로 리본이 달려있거나 스티커 등이 안내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방향 안내판이 있고 상가의 벽 등에 경로를 안내하는 표식이 써져 있다. 전체적으로 호수를 한 바퀴 돈다는 개념을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어 초보라도 길을 더듬을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산정호수 둘레길 안내도
산정호수 둘레길 안내도
하동주차장 방면으로 간다.
하동주차장 방면으로 간다.
산정호수 시비
산정호수 시비

초입부터 유원지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난 채 녹음이 우거진 산 아래 잘 조성된 산책로가 걷는 이를 반긴다.

워낙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듯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와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으며 이 곳에서 최후를 맞은 궁예의 삶을 걸으면서 볼 수 있도록 여러 이야기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산정호수 (고연 최정자)

명성산 계곡 심장부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산정호수, 

이른 아침에 펼치는 

안개 자욱한 호수의 저 신비로움이라니.

포천의 보배 산정호수 

사계절 아름답게 변모하는 풍광 

고요한 호수위에 머무르는 

네 모습 정말 아름답구나.

가을되면 명성산 억새꽃은 

꽃대궐이 산수화로 변모하니, 

울긋불긋 그 풍광에 

관광객의 온 마음을 빼앗는다.

그리움과 추억을 좇아 

마음의 길 위에 임그림자 찾아 나선길, 

시치미 떼는 잔잔한 호수길 걸으며 

나그네 마음 훔치는 비경에게 나 물어 보리라.

 

맞은편 망무봉의 풍경
맞은편 망무봉의 풍경

산정호수 둘레길의 초입을 걷다보면 너른 산정호수의 수면 위로 맞은편에 우뚝 솟아있는 망무봉이 인상적이다. 사실 전체 호수를 돌면서 이 망무봉을 포함해 명성산에 속해있는 망봉산, 삼각봉 능선 등 수려한 산 풍경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어 '풍경'적인 만족도만 따지자면 정말 굉장히 마음에 드는 길이기도 하다.

​상동에서 하동주차장까지는 금방 걸어갈 수 있다. 상동주차장에 편의점 및 슈퍼 등이 있어 간단한 물이나 음료를 구매가 가능한데 마침 구매하지 않았다면 하동주차장에서 구매해도 좋다. 이 곳도 식당 등 상가와 공중화장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낙천지 연못
낙천지 연못

하동 주차장에 도착하면 푸른 연못 낙천지를 볼 수 있다. 이 연못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있는데(사진 오른쪽 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사실 이 연못 이름이 낙천지(落天池)인데에는 폭포옆에 위치한 1970년대 초부터 운영하고 있는 낙천지(樂天地)라는 식당이 있어 자연스레 붙여진 것이며 무명의 연못이라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도 산정호수의 물이 넘쳐 작은 폭포가 되고 웅덩이가 된 것이라 그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으며 한 가지 더하자면 이 연못이 한탄강의 또 다른 지류 중 하나인 부소천의 발원지라는 사실이다.

​연못과 흐르는 물 주변으로 꽤 큰 민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 실제로 낚시는 금지이지만 감히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저 식당의 이름처럼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落天池)'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낙천지 뒤로 나 있는 둘레길
낙천지 뒤로 나 있는 둘레길
오르막이 계속된다.
오르막이 계속된다.

이 낙천지에서 쉽게 길을 찾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호수의 전체를 돈다고 생각하면 쉽다. 낙천지 앞에도 호수방면으로 써져 있으며 낙천지 식당 뒤쪽으로 가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산책로는 이제 본격적으로 녹음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계단 오르막이 이어지며 숨이 가빠질 무렵 계단을 모두 올라 쉼터에 다다르게 된다. 벤치가 놓여져 있는 쉼터는 이제 앞으로의 구간을 '숲길'로 갈 것인가, 무장애길인 수변 데크길로 갈 것인가 나뉘어지는 분기점이다. 노약자나 아이를 동반했다면 수변 데크길이 걷기도 편하고 호수 위를 걷기에 장점이 있으나 요즘같은 더위에서는 뙤약볕을 그대로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

​아무래도 원래 나 있던 길을 걸어보고 싶은 욕심과 시원한 녹음을 만끽하고 싶다는 갈망이 커 숲길을 선택한다. 쉼터에서 직진하면 산길이고 쉼터에서 데크로 조성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수변 데크길로 나아갈 수 있다. 숲길이라고 해도 오르내림이 심하거나 길이 거칠거나 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낭만 가득한 숲길
낭만 가득한 숲길
숲길 옆으로 수변 데크길이 보인다.
숲길 옆으로 수변 데크길이 보인다.
맞은편으로 둘레길 시작지점이 보인다.
맞은편으로 둘레길 시작지점이 보인다.

걷다보면 이 숲길이 바로 산정호수 둘레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잔잔한 수변을 따라 우거진 숲의 시원한 공기와 기운을 온 몸으로 받으며 걷는 이 구간은 "정말 잘 왔구나.", "생각보다 너무 좋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어 매우 걷기 좋으며 뚜렷하게 산책로가 나 있어 길을 잃거나 헷갈릴 염려도 없다. 또한 숲과 함께 가끔씩 옆의 전경이 탁 트일때마다 호수, 그 주변의 산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산정호수가 유원지임을 말해주듯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페달보트 하나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담으며 호수의 수면 위를 가르며 나아간다.

명성산 삼각봉 능선
명성산 삼각봉 능선
이제 최초 출발지점이 얼마 안남았다.
이제 최초 출발지점이 얼마 안남았다.

싱그러운 숲길이 어느덧 끝나고 수변 데크길과 만나게 된다. 이 만나는 곳에도 쉼터가 조성되어 있으며 음료수 자판기가 있으니 참조하면 좋다. (사실은 그리 길지 않은 둘레길이며 곳곳에 쉼터와 상점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사전 준비에 대해 큰 염려가 필요없다.)

​쉼터를 지나면 펜션과 카페, 빵집, 화장실 등이 있는 상가 지역이 나오며  이 상가지역을 돌아 드디어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게 된다. 그동안 숲길을 걸었으니 이제 둘레길의 초입처럼 잘 조성된 산책로와 데크를 따라 최초 출발지인 상동 유원지까지 향하게 된다. 

​여태 걸어왔던 숲길 구간과 그 아래의 데크, 위에 우뚝 솟은 망무봉의 풍경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오길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오길

나무위에 누군가 조각해 올려놓은 피노키오와 토끼 목각인형을 지나 유원지에 도착하는 길, 전망데크 앞에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오길"이라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분명히 그렇다. 예전에 잠시 수변을 구경하고 조각공원을 즐기고 아이와 함께 놀이기구를 탔던 유원지를 벗어나 호수와 숲, 주변 풍광이 어우러진 둘레길을 이렇게 걸어보니 이 곳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커다란 매력 포인트를 이제야 알아버린 느낌이다.

​누구와 걸으면 좋을까? 이 길은 누구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둘레길을 처음 접하는 이도, 워낙 많이 걷지만 가끔은 천천히, 고요하게 홀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 이라도, 부모님이나 연인, 혹은 나이어린 자식들과도 걸을 수 있는 길. 길이는 짧지만 그 시원한 녹음만큼은 전국의 여느 둘레길에 뒤떨어지지 않는 그런 길이다.

​혹시 내 집 주변에 이 길이 있다면? 아마 하루에도 두, 세바퀴를 걷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지 않을런지.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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