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내에 소개된 소녀대의 기사
당시 국내에 소개된 소녀대의 기사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무렵이었다. 아마 4~5학년 즈음 되었을까.

​방학때마다 내려가 거의 한 달 이상, 방학을 꽉꽉 채워보냈던 전라남도 순천의 외갓집. 외삼촌의 방에는 당시 멋드러진 오디오가 있었다. 무려 더블 카세트 데크를 갖춘 모델로 카세트 테이프 외에도 LP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 때 당시, 멋도 모르고 외삼촌이 출근하여 빈 그 방에서 나는 카세트 테이프를, LP를 집히는대로 틀어 뜻도 모르던 그 노래들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 때의 노래들 중 기억나는 것이 바로 F. R. David의  Words와 독일 밴드 징기스칸(Dschinghis Khan)이었다. 사춘기 시절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그 노래가 나왔을 때, 나는 그 노래를 이미 알고 있다는 스스로의 우월감에 도취되었었다.

1988년, 서울음반에서 라이센스 된 KOREA 싱글
1988년, 서울음반에서 라이센스 된 KOREA 싱글

하지만 그 외삼촌의 방에서 가장 나를 놀래키게 하고 중독이 되게 만든 것은 한 공테잎이었다. 볼펜으로 '소녀대'라고 쓰인 그 테이프는 처음 틀자마자 신비한 전주에 이어 충격적인 비트의 신나는 멜로디로 어린 내 마음을 휘어잡았다. 일본어 노래였지만 왜 노래제목에 '코리아'라고 쓰여있는지 그것만은 큰 의문으로 남았다.

​그 때 당시, 당연히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는 아예 없었던 상황이었고 그저 '음으로' 접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 와중에도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한 음악'에 한해 '일본어가 사용되지 않은' 노래, 음악은 정식으로 수입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있을 정도로 일본과의 관계는 냉랭했다. 마치 지금처럼.

​당시 이 소녀대가 얼마나 외삼촌 또래에 인기가 있었는지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저 전라남도 순천이라는 도시, 아니 당시엔 승주군의 그 입석마을까지 공테잎에 녹음이 되어(즉, 누군가가 이미 그것을 듣고 녹음해 주었던, '전파'의 증거가 역력한 것이다.) 흘러나왔던 것이다.

​사실, 이 소녀대는 1986년 MBC에서 주최한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에서 TV 출연을 했다. 당시의 영상을 보면 '아이돌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던 일본에서 넘어온 세 여성의 안무와 패션, 그리고 전자음악이 당시 한국의 대중음악계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는 충분히 상상이 갈 정도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KOREA라는 노래도 이 1986년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탄생하게 된다. 

​당시 이 가요제에 초청가수로 내한한 독일의 인기 혼성그룹 징기스칸(Dschinghis Khan)의 멤버 LESLIE MANDOKI와 헝가리대표 뉴튼패밀리(Newton Family)의 EVA SUN은 이 가요제를 통해 음악적 교류를 맺고 친해지게 된다. 이는 LESLIE MANDOKI가 실제로 헝가리 출신이라는 것도 한 몫을 했다.

EVA SUN과 LESLIE MANDOKI
EVA SUN과 LESLIE MANDOKI

후에 이 둘은 서울에서 만났다는 의미로 경쾌한 신스 팝 곡 'KOREA'를 1987년 발매하게 되었고, 이 곡의 가치를 바로 알아 본 소녀대의 소속사는 바로 이 곡을 커버하여 더욱 경쾌한 댄스 곡으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곡은 당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음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이 소녀대의 곡은 1988년 서울음반에서 정식으로 싱글(12")로 발매되었지만 원래 일본에서 발매된 일본어 가사는 당연히 모두 삭제되고 영어로, 즉 LESLIE MANDOKI가 작사한 원곡의 가사대로 불려졌다.

이에 일본에서 발매된 싱글을 비롯, 다양한 소녀대의 곡들이 해적판으로 국내에서 유통되게 되고, 또한 손에 손을 거쳐 녹음되고 녹음되어 전파되어진 것이다. 그리고 1988년의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이 소녀대는 당시 MC 이덕화의 소개로 'KOREA'를 방송에서 열창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부터 1997년까지, 사춘기와 청소년기를 겪은 나에게 있어서 그 곡은 분명 멜로디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그 인상적인 후렴구와 그 속의 'KOREA'라는 단어도 기억나는데 도대체 그 앨범을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았었다.

외삼촌을 통해 '소녀대'라는 이름은 알았지만 당시 동네 어느 음반사에서도 그 앨범은 없었고 (청소년의 한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종로에만 나가도 해적판이나 1988년 서울음반에서 나온 LP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었으리라.) 심지어 일본음악을 녹음해서 팔던 게임샵에도 그 그룹의 목록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쉽게 말해 인터넷이 발전하여 유튜브로만 검색해도 당시의 방송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발전했다.

싱글이라 단 두곡(다른면 두 곡은 같은 곡의 Instrumental) 뿐이다.
싱글이라 단 두곡(다른면 두 곡은 같은 곡의 Instrumental) 뿐이다.

그래도 역시나 당시 내 마음을 휘어잡던 그 앨범을 직접 손에 쥔다는 것은 음악을 좋아하고 앨범 수집을 즐기는 지금의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자 당시 소년기, 사춘기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을 의미한다. 

​아울러 위의 LESLIE MANDOKI가 EVA SUN을 만나 함께 녹음했다는 것, 그들이 그 가요제에서 만났고 그 가요제에 소녀대도 우연찮게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순천의 작은 방에서 들었던 징기스칸(Dschinghis Khan)의 멤버가 또한 LESLIE MANDOKI라는 것은 무언가 우연을 넘어 기이한 경험으로 나에게 남았다. (물론 당연히 난 KOREA가 들어있는 LESLIE MANDOKI의 LP도 함께 구할 수 있었다.)

LESLIE MANDOKI의 2집. 싱글로 발매된 KOREA가 정식 수록되어있다.
LESLIE MANDOKI의 2집. 싱글로 발매된 KOREA가 정식 수록되어있다.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LESLIE MANDOKI의 원곡, 그리고 소녀대의 커버곡 'KOREA'. 당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분위기 속에서 음악 마니아들에게, 또한 청소년들에게 큰 반향을 이끈 이 노래를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아울러 2021년, (이 글을 쓰는 현재) 1년이 미뤄진 도쿄 올림픽은 이제 강행과 취소의 혼란 속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으로 굳어져 가는 듯 하다. 

​이 국제적인 축제에 그동안 쌓여오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본 정치계와 정부의 망언과 행태로 인해 개인적으로 좋은 시선과 응원을 보낼 수 없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당시 멤버 이름도 모르던 일본의 그룹이 불렀던 'KOREA'만큼이나 신비하고 경쾌했던 울림이 이젠 양국에서 한동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노래를 통해 만났던 LESLIE MANDOKI와 EVA SUN처럼,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교류할 수 있는 시대는 과연 다시 올 수 있을까?

​무더운 여름, 길을 걸으며 귀에 낀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KOREA'의 경쾌한 멜로디가 아깝고도 아깝게 느껴진다.


- Leslie Mandoki & Eva Sun - Korea -

The sun's burning down a sweet emotion

태양이 달콤한 감정을 불태우네요

Flying up higher reach out for more

더 많은것을 얻기 위해 너 높이 날아 손을 뻗어요

We're all running together for lovely smiles

우린 다함께 사랑스런 미소를 위해 달리고 있어요

Higher and higher we fall in love

높이 더 높이 우린 사랑에 빠져요

I need your love my long distance boy

The ocean is wide we're building a bridge

멀리있는 나의 남자친구여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요.

바다는 넓지만 우린 그위에 다리를 놓고 있지요

Wonder why can't we be faster than light

Faster than airplanes my precious love

내 소중한 사랑이여

왜 우린 빛보다, 비행기 보다 빠를수 없을까요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The sun goes down in america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Love lasts forever

한국에 태양이 뜰때

미국의 태양은 지지요

한국에 태양이 뜰때

사랑은 영원하지요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The sun goes down in america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Games are forever

한국에 태양이 뜰때

미국의 태양은 지지요

한국에 태양이 뜰때

게임은 영원하지요

I'm just getting up you go to sleep

Thousands of miles so far away

난 방금 일어났지만 당신은 잠자리에 들 시간

몇천 마일이나 되는 너무나 먼거리에요

​I'm working so hard to make the games

To get down to seoul see you again

난 이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서울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요

또 봐요.

I need your love my long distance boy

The ocean is wide we're building a bridge

멀리있는 나의 남자친구여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요.

바다는 넓지만 우린 그위에 다리를 놓고 있지요

Wonder why can't we be faster than light

Faster than airplanes my precious love

내 소중한 사랑이여

왜 우린 빛보다, 비행기 보다 빠를수 없을까요

- 소녀대(小女隊) - KOREA -

夢に君がはぐれたり,愛に勇気なくしたり 

꿈에서 당신이 길을 잃거나, 사랑에 용기를 잃어버리거나

うつむくことおぼえたらきっとここへおいでよ  

고개숙이는 법을 배웠으면 이곳에 꼭 와 봐요

特別な場所じゃない,ほら君の胸の奥 

특별한 장소는 아니예요. 봐요, 당신의 가슴 속이에요

騒ぎだした鼓動によみがえる 

두근두근해지는 고동에 다시 태어납니다

MY PRECIOUS LOVE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すべてが始まるよ果てしない瞬間 

모든것이 시작되요. 끝남이 없는 순간들

​LOVE LASTS FOREVER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神々のSTEPが愛に宿るはずさ

신들의 스텝이 사랑에 머물겁니다.

​GAMES ARE FOREVER 

卑しさも噛み締める横顔が好きだよ 

이를 악다무는 옆모습을 좋아해요

時の波に染まらない瞳のまま 

시간의 물결에 물들지 않는 눈동자채로

​See you again

悲しみを種にして舞い上がれ夢遥か 

슬픔을 딛고 날아 올라요, 꿈의 저 편까지

笑顔だけが得意ね君に早く会いたい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誰よりも熱く情熱を聞かせて 

누구보다도 뜨거운 정열을 들려주세요

LOVE LASTS FOREVER

WHEN THE SUN COMES UP IN KOREA

どんなに遠くても君を見つめてるよ 

아무리 멀어도 당신을 보고 있을게요

​ドンマイFOREVER 

걱정마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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