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초반 나타난 그림같은 명작
- 강렬한 헤비메탈과 전자음악의 조화는 지금 들어도 감탄
-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듯 한 공감가는 주제와 가사의 1집

N.EX.T 1집 HOME (1992년 발매)
N.EX.T 1집 HOME (1992년 발매)

故 신해철이 1991년 말 결성한 N.EX.T는 19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계에 나타난, 마치 '벼락같은 축복' 이었다.

당시 이미 대중음악계에서 인정받고 확고한 팬덤을 구축한 신해철은 기타리스트 정기송, 드러머 이동규와 함께 강렬한 헤비메탈에 전자음악과 다양한 샘플링을 섞은, 기존 한국의 대중음악과는 큰 괴리감이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바로 N.EX.T의 1집 HOME의 출현이다.

1992년 발매된 이 앨범은 전체가 하나의 테마와 흐름을 가진 컨셉 앨범은 아니지만, 마치 컨셉 앨범과도 같은 곡들의 배치와 주제들로 헤비메탈 마니아와 일반 대중음악 팬층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었다.

이동규(드럼), 신해철(보컬, 키보드), 정기송(기타)
이동규(드럼), 신해철(보컬, 키보드), 정기송(기타)

무엇보다도 이 앨범의 장르를 록의 카테고리, 더 세분화된 헤비메탈의 카테고리에 넣어야 했는지의 의문도 있었다. 그 헤비메탈 내에서도 전자드림, 신디사이저, 샘플링 등의 적극적 차용으로 인해 프로그레시브적 사운드로 봐야 할 지 아방가르드로 봐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물론 록, 헤비메탈과 거리가 먼 대다수에게는 그저 강렬한 '록' 음악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당시 성인가요에서 댄스음악으로 흘러가는 대중음악의 거대한 세대교체 속에서 마치 갑자기 발견된, 숨겨진 '용종'과도 같은 이질감과 거부감은 당시의 주 소비층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은채 오히려 10대, 20대 초반을 주축으로 강렬하게 전파되어져 갔다.

지금에 와서 드는 가장 큰 생각은 당시 이 1집 HOME에 담겨져 있는 테마들이 전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에게 먹힐 것 같지 않았다는데에 있다. 그래서 그 성공이 너무나 의아하다. 2021년도에 다시 턴테이블에 이들의 LP를 올리면서도 나는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당시의 10대 초반인 나는 이 앨범의 무엇에 그리 빠졌었을까?
도대체 당시의 10대 초반인 나는 이 앨범의 무엇에 그리 빠졌었을까?

'인형의 기사 Part 2'의 그 가슴에 묻어둔 첫사랑을 결혼으로 떠나보내며 둘 만의 추억이 담긴 소품을 바라보는 심정, '아버지와 나'에서 이미 늙어버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가 된 화자의 고백, '도시인'에서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무채색 삶의 풍경과 'Turn Off The T.V'의 비판, 'FOREVER'에서의 어렸을 때의 폭발적인 열정과 꿈에 대한 되새김 등은 당시 30, 40대에게 보내는 메세지였다. 그 음악과 가사에 열광하고 녹아들고 되새겨보아야 할 대상은 1992년도의 30, 40대였다.

하지만 오히려 당시 열광했던 10대 초중반에서 20대의 초반 세대들은 드디어 -30대는 커녕- 40대, 50대가 된 지금에서야 그 열광했던 이유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무언가 특별하고 새롭고 강렬해서' 좋았던 그 음악이 나이를 먹어갈 수록 공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드디어 HOME의 화자의 입장에 올라서면서 그 음악이 가진 거대함을 느끼고 있다.

지금에 와서 이 흘러간 앨범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음반을 수집하는 입장에서는 현대에 와서도 옛 앨범들을 사고 있으니 가진 것 중 흘러간 앨범이 아닌 것이 없다.) 당시 그의 음악이 준 메세지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음을 느끼며 다시 한 번 감탄을 느끼고 픈 의도이다.

​사실 인형의 기사 Part 1에서부터 드러난 그 비범한(적어도 이전의 신해철을 들어온 이들에게는...) 오프닝 전개와 바로 이어지는 Part 2의 반전적인 발라드가 주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도시인과 Turn Off The T.V에서 드러나는 사회비판은 지금 들어도 날이 그대로 서 있다. (도시인에서 삐삐를, Turn Off The T.V에서 TV를 스마트폰으로 단어 치환만 하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시대가 아닌가...)

다양한 장르의 팬들, 그 누가 듣더라도 전체를 좋아할 수 없을지언정 당시(1992년) 이 앨범이 한국가요계에 새긴 흔적에는 존경을 표하리라.

​불타오르는 정기송의 기타만큼이나 화려한 앨범, 하지만 그만큼이나 고독하고 외로운 앨범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밝은 빛을 볼 수 있는 "영원히(FOREVER)"는 과거의 회상을 더듬으며 현재에 힘을 더하는 노래로 지금까지도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함께 모여앉아 듣고픈 노래이기도 하다.

 

앨범 속지 가사집의 '영원히' 가사
앨범 속지 가사집의 '영원히' 가사

[길과 음악]을 통해서 소개하려는 곡이 "영원히(FOREVER)"인 것에는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여유, 공간, 계기를 떠올리기 위함이다. 그것이 꼭 '길'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당신이 숨을 쉬고 살아가는 그 공간에서 옛 열정, 옛 추억의 편린을 잡는 어떤 매개체를 만나게 될 때, 그것이 -긍정적인 추억이라는 전제 하에- 앞으로 남은 시간의 거대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우리는 단 한 번도 꿈을 벗어나지 않았을런지 모른다. 그 꿈이 계속 바뀌었을 수도 있고 혹은 잠시 묻어두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명확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지 모른다.

벌써 내 사회적 위치가, 처한 상황이, 시간이 이만치나 흘러서 그 꿈을 쫓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꿈은 꿈대로 놔두고 현실에 순응한 것을 더욱 칭찬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그래도 무모하게나마 그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첫 발자욱 만큼은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를 바란다. 꿈을 향해 쫓는 이가 불안한 기색을 내면 주변에서 만류하지만 세상 둘도 없는 확신에 찬 모습과 눈빛이라면 감히 그 앞에서 그 꿈을 거두라고 못 하는 법이다.

그렇게 그 꿈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서, 혹은 꿈을 아직 잊지않고 간직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또한 그 꿈이 무엇인지 까마득하게 잊은 이들을 위해서, 즉 이 글을 보고있는 모두를 위해서 2021년의 1월도 다 저무는 이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곡을 소개한다.

 

- 영원히 (FOREVER) - 

우리 지난날의 꿈들이 이제 다시 너 떠나갔던 빈자리에서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네.

우리 하나둘씩 흩어져 세월 속에 흐릿하게 잊혀져간 약속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네.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린 꿈꾸어 왔지, 노래여 영원히.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낡은 전축에서 흐르던 가슴 벅찬 노래 알 수 없는 설레임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았지.

처음 기타를 사던 날은 하루종일 쇼윈도 앞에서 구경하던
빨간 기타 손에 들고 잠 못 잤지.

비웃던 친구들도 걱정하던 친구도
이젠 곁에 없지만 노래여 영원히.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Dreams, Forever !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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