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3코스 벼랑길, 푸르른 겨울하늘 만큼 걷기 좋은 길
- 비둘기낭 폭포, 멍우리협곡, 하늘다리 등 즐길거리 가득
- 1, 2, 4코스 올해 상반기까지 폐쇄, 사전 안내의 미비는 아쉬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된 강이 있다. 

이 강은 북한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철원군, 포천시, 연천군을 지나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수한다. 예로부터 굽이진 풍경이 그윽하고 곳곳마다 절경을 이루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강이다.

특히 주상절리를 빼놓을 수 없다. 솜씨 좋은 석공이 정과 끌로 다듬어도 어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주상절리는 한탄강 지질의 상징과도 같다. 연천군의 재인폭포와 포천시의 비둘기낭 폭포에서 보는 그 웅대함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록된 것에 대한 당당한 표본이기도 하다.

포천시의 멍우리 협곡과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이 쪽의 강은 임진강이기는 하다.)에서 볼 수 있는 그 깎아지른 협곡의 웅대함 또한 걷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이 만한 지형이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아는이가 드물다는 생각에 또 한탄을 하게 되니 그래서 '한탄강'인가 싶다. (그러나 한탄강의 '한탄'은 '큰 여울'을 의미한다.)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안내지도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안내지도

포천 한탄강 지질공원에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4개 코스와 1개 연계코스로 꾸며져 있다. 1코스는 구라이길, 2코스는 가마소길, 3코스는 벼룻길, 마지막 4코스는 멍우리길이다. 모두 합하면 21km에 약 6시간 정도면 원점 회귀로 한탄강을 끼고 한 바퀴 완주가 가능하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연계코스인 비둘기낭 순환코스도 좋다. 6km에 약 2시간이 소요되며 그것만으로도 협곡과 주상절리의 풍경을 보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작년의 수해로 인해 1, 2, 4코스는 폐쇄된 상태로 걷기 여행자는 3코스인 벼룻길만 걸을 수 있다. 

푸르른 겨울 하늘에 대비된 유난히 따뜻한 그 날,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3코스 벼룻길을 걸어보았다.

한탄강 지질공원 주차장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한탄강 지질공원 주차장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지도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지도

한찬강 주상절리길 지도를 관광안내소에서 챙긴다. 펼쳐보니 오늘 걷기로 한 동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아뿔싸, 1, 2, 4코스는 작년의 수해로 인해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오기 전 확인한 홈페이지 등 어디에서도 안내 문구를 본 일이 없다. 깎아지른 절벽을 걷는 멍우리길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유일하게 통행이 허가된 벼룻길을 기분 좋게 걷기로 정한다. 

먼저 출발지점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부터 만나보도록 한다. 약 12~3년 전에 찾았던 비둘기낭 폭포, 그 때엔 양 옆이 논과 밭이었고 흙길 같은 진입로에 주차하느라 애 깨나 먹었지만 어느새 그 논과 밭, 흙길인 이렇게나 큰 한탄강 지질공원 주차장과 사무소, 공원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흐르긴 흐르나 보다.

비둘기낭 폭포로 내려가는 계단
비둘기낭 폭포로 내려가는 계단
비둘기낭 폭포,. 예전과 달리 폭포로 내려갈 수 없다.
비둘기낭 폭포,. 예전과 달리 폭포로 내려갈 수 없다.
폭포수가 흐르는 협곡. 아찔한 높이의 석벽의 위용이 대단하다.
폭포수가 흐르는 협곡. 아찔한 높이의 석벽의 위용이 대단하다.

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10여 년 전에 왔던 추억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그 장대한 주상절리와 깊은 계곡은 여전하다. 다만 동절기라 쏟아지는 물줄기가 동굴과 함께 빚어내는 절경은 볼 수 없었다. 다만 그 셀 수없이 오래된 세월이 깎아낸 협곡과 석벽의 모습은 오래간만에 찾은 이를 반가이 맞이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계단이 폭포 아래까지 이어져 많은 이들이 폭포를 더 가까이서 보고 물놀이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환경오염과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아래로 갈 수 없게 데크를 재공사하였다.

10년 전 찍은 비둘기낭 폭포의 모습 (2011년 08월 촬영)
10년 전 찍은 비둘기낭 폭포의 모습 (2011년 08월 촬영)
10년 전 찍은 비둘기낭 폭포의 모습 (2011년 08월 촬영)
10년 전 찍은 비둘기낭 폭포의 모습 (2011년 08월 촬영)

잠시 폭포를 둘러본 후 다시 위로 올라온다. 

오늘 걸게 될 길은 벼룻길, 약 6km에 1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전체가 평지로 이루어진 길로 큰 어려움 없이 산책삼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잘 조성된 산책로가 걷는 이를 안내한다. 저 멀리 멋진 포인트인 한탄강 하늘다리가 보인다.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에서 포천 한탄강의 협곡을 다시 한 번 관찰할 수 있다.

비둘기낭 폭포 인근의 전망대에서 본 협곡, 우측의 멍우리 협곡 방면으로 나아간다.
비둘기낭 폭포 인근의 전망대에서 본 협곡, 우측의 멍우리 협곡 방면으로 나아간다.
걷기 좋게 잘 조성된 길
걷기 좋게 잘 조성된 길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멍우리 협곡으로 걷는다. 따사로운 햇살에 동장군의 여파는 한층 꺾인 듯 하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잘 조성된 길과 편의시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내 직업도 걷기여행에 관련되어 답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10여년 전에는 그저 논과 밭 뿐이었고 저런 협곡이 어떻게 존재했는지 나무 등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더랬다. 이제사 그 풍경을 담게 되니 감사할 노릇이다.

겨울이라 나무마나 가지만 앙상하기에 그 산의 산세와 경사, 비렁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깊었구나... 저런 곳에도 길이 있으려나? 하는 사이 어느새 한탄강 하늘다리에 도착한다.

한탄강 하늘다리로 올라가는 길
한탄강 하늘다리로 올라가는 길
한탄강 하늘다리
한탄강 하늘다리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멍우리 협곡. 좌측 산의 능선이 멍우리길 구간이리라.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멍우리 협곡. 좌측 산의 능선이 멍우리길 구간이리라.

아 한탄강 하늘다리는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보도교로 국내 요일의 현무암 침식 하천인 한탄강의 지세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강이다. 2018년에 준공되었으며 길이는 200m에 강으로부터의 높이는 50m에 달한다. 특히 다리 중간에는 유리로 조성된 스카이워크가 있어 그 아찔함을 더한다.

지자체 어느 곳이나 출렁다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느라 난리이지만 이렇게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체험, 관람할 수 있는 용도로서는 사실 상당히 고마운 부분도 있다. 

특히 이 다리를 건너면 4코스 멍우리길로 진입할 수 있다. 2코스 가마소길의 종착지이자 멍우리길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정확한 시작은 3코스 벼룻길과 같이 비둘기낭 폭포에서 시작, 이 하늘다리에서 나뉜다.) 중요한 갈림길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얼어붙은 한탄강과 멍우리길로 예상되는 산 능선의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2코스 가마소길에서 하늘다리로 내려오는 길. 진입금지 안내 중이다.
2코스 가마소길에서 하늘다리로 내려오는 길. 진입금지 안내 중이다.
바로 이어지는 4코스 멍우리길 역시 안전 문제로 갈 수 없다.
바로 이어지는 4코스 멍우리길 역시 안전 문제로 갈 수 없다.

다리의 건너편에 도착한다. 2코스 가마소길에서 내려오는 길과 이어져 4코스 멍우리길로 이어지는 구간 모두 출입통제 안내판이 붙여져 있다. 산과 길의 모양새를 보니 (어떤 길이건 그 나름의 멋이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할 만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나 바로 지척에 있는데 갈 수 없다니 더욱 더 한탄스럽다.

4코스 멍우리길이 능선을 따라 대화산교를 지나 이어지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4코스 멍우리길이 능선을 따라 대화산교를 지나 이어지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그 길이 이어진 너머를 눈으로나 뒤쫓아본다. 그리고 하릴없이 다시 하늘다리를 건넌다. 다시금 다리에서 능선을 보니 더욱 뚜렷하게 길이 보인다. 그다지 높지 않은, 험하지 않은 봉우리 하나 넘고 내려와 도로를 지나 대화산교에서 다시금 이어진다.

"와... 바로 걷고 싶은데..."

입맛만 다시며 되돌아와 벼룻길 여정을 이어간다.

멍우리 협곡 위를 걷다.
멍우리 협곡 위를 걷다.

멍우리 협곡의 우측을 따라 걷는 벼룻길은 사실 그 깎아지른 면의 위를 걷기에 발 아래의 석벽을 감상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반대편의 멍우리길이라면 그 석벽을 조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석벽길도 임진강 주상절리, 석벽을 반대편에서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어 참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약간은 아쉬운 부분, 그러나 상반기가 지나 전체 구간이 모두 다시 재개통되면 이런 아쉬움도 사라질 것이다. 전체를 순환하거나 비둘기낭 순환코스만 걸어도 절경을 만끽하기에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푸른 하늘과 멋진 산세를 바라보며 오래간만에 편하게 걷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여기까지 나올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벼룻길에서 보는 한탄강의 풍경
벼룻길에서 보는 한탄강의 풍경

기분좋게 걷다가 포천 서바이벌 게임장을 지나면 대화산교가 나온다. 그 아래를 지나가다가 맞은편, 마치 잔도와도 같이 이어지는 멍우리길의 데크를 본다. 좀 더 가까이 보기위해 대화산교로 올라와 다리 중간까지 나가본다.

좌측의 산 비탈 사이, 길게 뻗은 데크 길이 보인다. 4코스 멍우리길이다.
좌측의 산 비탈 사이, 길게 뻗은 데크 길이 보인다. 4코스 멍우리길이다.

도로를 지나 다시 오르면 저 좌측 산비탈의 데크길로 이어질 것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대화산교를 지나 산 입구까지 가 봤지만 역시나 출입통제 안내가 붙여져 있다. 되돌아오며 보는 그 멍우리길, 길게 나 있는 잔도라 부를 수 있는 그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겨울이니 저렇게 눈으로라도 가늠이 될 것이다. 조금만 나무와 풀, 꽃들이 피어오르면 어느세 그 녹음 속으로 스윽 사라질 것이다. 걷는 이만이 찾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녹음이 우거지면 차량으로 대화산교를 지나면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다.

"아... 아쉽네... 야... 수해복구가 언제 끝나려나..."

괜시리 다잡은 마음이 다시금 흔들린다.

벼룻길로 향하다
벼룻길로 향하다

벼룻길로 다시 되돌아와 멍우리협곡 전망대까지 걸은 후 발걸음을 되돌린다. 

전체 코스 중 3/4이나 폐쇄 되었으니 계속 걸어도 되돌아가는 다른 코스가 없어 걸었던 길 그대로 되돌아 나와야 하는 셈이다. 지도를 보며 아무리 고민해봐도 별다른 묘수가 없다. 그렇게 걷다보니 계속 이어지는 길 만큼이나 되돌아가야 할 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대체 구간이나 다른 임도, 농로 등을 통한 구성이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아예 없다고 봐야 할 대중교통인지라 더욱 더 외통수에 몰린 셈이다.

그래도 기분좋게 다시 비둘기낭 폭포로 향한다.

아직도 이렇게나 걸었어도 버릴 수 없는 욕심, 잣대, 미련이 참으로 길게도 그 길에, 그 발걸음에 드리워진다. 어쩔 수 없다. 눈만 돌려도 맞은 편의 길과 풍경이 보이는 것을...

아직도 별 것 아닌 것을 버리지 못하고 떨쳐내지 못하는 못난 걷는 이, 그 지독히도 작디작은 필부의 걸음이 한탄이 되어 흐르니 한탄강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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