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알프스의 주요 산행 시종점인 배내고개에서 만나는 한 상
- 뜨근한 시래기국밥에 손맛 가득 반찬, 잘 구워진 생선 한마리에 마음까지 꽉 차

배내고개. 앞으로 보이는 것은 능동산 방면 등산로이다.
배내고개. 앞으로 보이는 것은 능동산 방면 등산로이다.

영남알프스를 오르고 걷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많이들 거쳐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배내고개일 것이다. 

재약산과 천황산, 능동산을 지나 만나는 배내고개는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방면으로 향하는 이음길이 된다. 역방향으로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카페와 식당, 큰 주차장이 있어 산행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일종의 "요지"인 셈이다.

원점회귀형으로 배내고개로 내려와 산행을 마치거나, 혹은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밥 한 끼는 속을 든든히 채워주며 송영의, 그리고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보약이다. 그러한 보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배내고개 휴게실이다.


작년 즈음이다. 

한국고갯길 투어(KHT TOUR) 영남알프스 행사의 마지막 즈음, 도착지인 배내고개에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버스 탑승 전까지 요기를 할 양 배내고개 휴게실을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듯이 간월재 휴게소야 과자와 음료,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등이 전부이기에든든한 식사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또한 산 내에선 당연히 음주를 허가하지 않기에 멋진 풍경을 즐기고 내려와서의 막걸리 한 잔이 몹시나 고팠을 것이다.

그렇게 식사와 적당한 뒷풀이를 마친 분들에게 인사 겸 묻는다. 

"맛있게 드셨어요?"

그저 단순한 인사이건만 들려오는 대답은 길게 풀어 쓴 논술이다.

'잔치국수가 맛있는데 국물이 아주 시원하네, 김치에 곁들이니 기가 막히네... ' , '아주 시래기국밥이 구수해서 너무 좋았네, 도토리묵 무침에 막걸리를 얼마를 마셨네...'

아, 저 곳이 굉장히 맛있는 곳이겠구나... 추측만 할 뿐이었다. 사실 그렇게 한국고갯길 루트를 따라 죽전마을에서 신불산, 간월산, 간월재, 배내봉을 지나 내려온다면 쉽지는 않은 루트인지라 그 얼마나 밥이 맛있고 술이 달디달겠는가...하는 생각이었다.

그래, 이번엔 우리가 한 번 맛보겠습니다!
그래, 이번엔 우리가 한 번 맛보겠습니다!

1년이 지나 지난 11월 14~15일 열린 제 24회 한국고갯길 투어(KHT TOUR) 영남알프스 행사에서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운영진들은 도착지점인 배내고개에서 도착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추 준비를 끝내고 식사를 하기위해 배내고개 휴게실을 찾았다. 작년에 참가자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던데, 과연 얼마나... 싶은 궁금증도 있었다.

일단 메뉴는 통일이다. 시래기 정식. 8천원의 저렴한 가격이다.

시래기정식 (8.000원)
시래기정식 (8.000원)
가자미 구이가 식욕을 돋운다.
가자미 구이가 식욕을 돋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래기국에 손맛 그대로의 반찬, 인원 수만큼 구워낸 가자미가 식욕을 자극한다.

걷는 것 만큼 힘든 것이 또한 행사를 주최,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그 마지막 도착 여정을 기다리는 것은 운영진 측에서도 8부능선을 넘은 셈이나 다름없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 속에 허기는 배가 된다.

먼저 그 구수하다던 국물을 한 수저 떠 마셔본다.

"으으..."

하여간 술 한잔 들이킨 후의 "크흐..." 나 시원한 국물을 마신 후의 "으으..."의 추임새는 매 정신과 육체가 지배하지 못 하는 곳에 닿아있다. 정말 자연스레 나오는 감탄이다.

필요 이상으로 묵직하지 않고 일견 산뜻하다 싶은 국물은 멸치 육수의 구수함과 적절한 된장의 구수함이 합쳐져 몸을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국물에 푸욱 풀어진 시래기는 씹는 맛 만큼이나 은은하게 몸에 녹아든다.

든든한 한 끼.
든든한 한 끼.

밥을 말지 않으면 죄악이다. 국밥은 그 국물에 말아 녹아들어 풀어져야 제 맛이다. 

혹자는 그럼 국물이 탁해진다고 하지만, 원체 국밥은 말아야 하는 음식이다. 맛이 탁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국물에 스며든 밥 위로 무 생채나 오징어젓, 김치, 깍두기로 새로운 맛을 더해 입 안에서 다채로운 콜라보, 앙상블을 벌여야 국밥인 것이다.

말이야 청산유수다. 지금에서야 글로 풀어 쓰니 이렇지, 막상 먹을때엔 다들 감탄사 한 번씩 내뱉고 나서 그저 묵묵히 먹기에만 주력했다.

잘 구워낸 가자미는 손으로 찢어야 제 맛이다. 그렇게 한 수저에 간기를 더해 밀어넣는다. 녹아내리는게 어찌 밥 뿐이랴, 몸도 마음도 바람많은 배내고개에서 이렇게 든든한 한 끼에 녹아내린다.


산행 후 국밥은 보약입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산행 후 국밥은 보약입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그릇의 바닥까지 벅벅 긁다 못해 이슬처럼 맺히는 한 방울까지 들이킬 요량으로 그릇을 들어 마시고 내려놓는다.

조금은 민망한 만복, 남들보다 훨씬 깨끗하게, 빨리 비워낸 그릇이 계면쩍어 잘 익은 김치에 젓가락을 댄다.

짙은 영남 방언의 주방 어르신은 김치를 놓고 다른 아주머니와 옥신각신이다. 잘 먹었다며 인사를 하니 "김치부터 전부 직접 한다"며 은근 손맛에 자부심을 내비치신다. 올해에도 왔으니 내년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 "그럼 또 뵈입시더~"하며 사람좋은 웃음이 가득이다.

그래, 이렇게 맛있게 먹었으니 작년의 참가자들도 그 멋진 영남알프스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마침표 찍었을 수 있었겠구나...

어느 덧 남들보다 먼저 도착한 참가자들이 배내고개로 내려온다.

"식사 하셨어요? 저기 저 쪽 휴게소가 시래기국밥이 꽤 맛있는데..."

시키지도 않은 영업이 터져나온다. 국믈을 들이키고 내뱉던 감탄사와 같은 성질의 것이다.


● 배내고개 휴게실 : 울산 울주군 상북면 배내무등골길2 / 052-264-0949

● 메뉴 : 산채비빔밥,시래기 정식, 육개장 각각 8,000원, 잔치국수 5,000원 등

● 영업시간 : 09:00 ~ 19:00 

●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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