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21회 한국고갯길 투어(KHT TOUR) in 군산의 준비를 위해 다시금 찾은 군산. 답사가 즐거움이 되고 배움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얕게 알고 있던 지식과 선입견이 걸음을 통해 깨지게 되는 쾌감이다. 걷고나서야 그 쾌감이 가득한 곳임을 깨닫게 되었던 군산의 속으로 들어가본다.

군산... 그래, 몇 번은 여행으로 왔던 곳이다. 근대역사문화가 살아있는 그 거리들, 그리고 유명한 빵집, 짬뽕, 쇠고기뭇국, 동국사, 히로쓰 가옥... 좀 더 반경을 넓혀보면 낚시가 즐거웠던 고군산군도가 떠오른다.

​걷기 길이라고 하면 역시 군산 구불길이 탁! 떠오른다. 아쉽게도 전체구간은 걷지 못했지만 구불길 6-1코스인 탁류길과 전북천리길의 구간으로도 지정된 8코스 선유도길은 즐거이 걸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제 20회 한국고갯길 투어(KHT TOUR) in 군산의 준비를 위해 다시금 찾은 군산. 답사가 즐거움이 되고 배움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얕게 알고 있던 지식과 선입견이 걸음을 통해 깨지게 되는 쾌감이다. 걷고나서야 그 쾌감이 가득한 곳임을 깨닫게 되었던 군산의 속으로 들어가본다.


 

군산역의 모습
군산역의 모습

먼저 시작은 군산역이다. 구불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 군산역에서 구불길 1코스를 따라 출발한다.

바다와 공원이 잘 조성된 구불길 구간
바다와 공원이 잘 조성된 구불길 구간
금강하구둑. 아래엔 팔뚝보다 큰 숭어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금강하구둑. 아래엔 팔뚝보다 큰 숭어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군산역을 지나 곧 군산 앞바다를 만난다. 이 물길은 서해바다와 금강하구둑의 금강이 만나 흐르는 곳이다. 물길을 거슬러 금강하구둑까지 걸어올라가는 길은 공원과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이 매우 잘 조성되어 있으며 화장실 등도 잘 갖춰져 있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간이다.

​맞은편 충남 서천의 장항읍을 바라보며 걷노라니 강과 바다, 공원을 담은 이 공간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이런 곳에서 살아도 꽤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군산도 잘 발달된 도시건만 그런 군산을 걸으며 여유와 힐링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치나 서울 대도시의 삶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금강하구둑에 도착하니 물고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관찰로, 어도가 있다. 거칠게 쏟아지는 물길을 가르며 뛰어 오르는 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참을 그 강렬한 투지를 관찰한 후 굴다리를 지나 바깥으로 나온다. 인근에 금강 하구둑 휴게소 및 식당 등이 있으니 걷는 이는 참고하면 좋다.

푸르른 밭의 풍경이 넉넉함을 더해준다.
푸르른 밭의 풍경이 넉넉함을 더해준다.
오성산을 오른다.
오성산을 오른다.

금강하구둑과 금강생태습지공원을 지나 도로를 건넌다. 곧이어 우측으로 빠져들면 넉넉한 농촌의 풍경이 걷는 이를 마주한다. 오성산을 향해 가는 길이다.

​군산의 산들은 하나같이 높이가 낮다.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봐야 망해산(230m)이며 곧 오를 오성산은 227m의 높이이다.

​그렇다고 해도 산은 산이고 해발 0m나 다름없는 곳에서 오르니 힘은 든다. 물론 험한 산길이 아니므로 천천히 쉬며 오르면 금새 오를 수 있다. 또한 산 중간치에서 기상관측소, 오성산 활공장까지 포장된 자동차길이 깔려 있으니 더욱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오성산 활공장.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오성산 활공장.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오성산 정상에서 본 군산시와 맞은편의 서천시
오성산 정상에서 본 군산시와 맞은편의 서천시

오성산 활공장에 도달한다. 활공장 센터로 쓰이는 건물 맞은편으로 화장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산의 정상께에는 '오성인의 묘'가 있다. 오성인은 다섯 성인(五聖人)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슬픈 역사와 전설이 담겨져 있다.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략하던 때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금강 하구를 통해 백제를 침범, 백제의 수도 사비로 가기위해 이 오성산 부근에 군대를 집결 후 마을의 다섯 노인을 잡아와 사비로 가는 길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섯 노인은 '나라를 침범한 적에게 수도로 가는 길을 알려줄 리 있는가!'하며 거절하자 소정방은 화가 나 다섯 노인을 참살했다 하니, 이 다섯 노인의 묘를 만든 곳이 바로 이 곳이고 이후 이 곳을 오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활공장 정상에는 전망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낮은산이지만 너른 군산의 풍경과 맞은편 서천군 장항읍의 풍경까지 모두 담는다. 그래서 명산은 높이로 나누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옹고집 식당
옹고집 식당

맞은편 산길로 내려가는 구간도 꽤나 아름답다. 숲의 기운 가득한 가운데 계단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산을 내려와 마을을 하나 지나면 옹고집 식당에 닿는다. 1일차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보면 된다. 워낙 장을 잘 담그기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은 이전에도 이 곳의 호박된장, 고추장과 와송 된장, 고추장 등을 구입해 먹어본 이력이 있다. 오래간만에 만난 곳이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쌈밥을 시킨다. 쌈채소 가득하고 구수함이 기막히니 된장찌개는 그대로이다. 빨갛게 고추장 양념으로 나왔던 제육볶음이 간장 불고기로 바뀐 것을 제외하곤 옛 추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밥, 반찬을 무제한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넉넉히 배를 채우면 좋다.

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저수지들
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저수지들
망경산 표식
망경산 표식

옹고집 쌈밥을 나와 군산 구불길 1코스에 안녕을 고한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망경산을 향해 가게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밑으로 기린마을을 따라 올라간다. 한적한 마을의 풍경을 지나 어느덧 산길로 접어든다. 고개를 얼추 넘는 그 지점에서 우측으로 진입, 망경산에 도달하게 된다. 고개넘이까지는 임도가 잘 조성되어 있으나 임도 우측부터 망경산 고개 너머까지는 꽤나 원시림이다. 제주도의 비자림 숲이 생각날 정도로 녹음 가득한 와일드한 숲이니 반드시 램블러 동선을 참조하도록 하자.

망경산을 내려와 도로로 나아간다.
망경산을 내려와 도로로 나아간다.
이런 길을 평생 걸으라면 걷겠어요.
이런 길을 평생 걸으라면 걷겠어요.
꼭 이름을 붙이자면 고봉고도?
꼭 이름을 붙이자면 고봉고도?

조금은 거친 망경산을 내려와 도로를 건너면 다리실재에 이른다. 이윽고 폐쇄된 미군기지에서 고봉산의 표식을 본다. 미군기지 아래로 내려와 펼쳐지는 임도는 너무나 아름답다. 특히 조성된 묘지 옆으로 난 흙길을 걸으며 넓게 펼쳐진 옥구평야를 조망하는 구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고봉산과 봉정암을 지나는 길은 자갈과 파쇄석 등이 잘 닦인 비포장도로이다. 오가는 트럭등이 간혹 있으니 주의를 기울이는게 좋다. 천년고찰인 지장암을 지나 대야면까지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루어진 임도라 보면 된다. 녹음 가득한 임도를 따라 대야면까지 걷는 동안 충분히 힐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야면이 저 멀리 보인다.
대야면이 저 멀리 보인다.
대야면사무소를 지난다.
대야면사무소를 지난다.

임도는 급격히 좁아지더니 이런 곳에 길이? 라고 싶을 정도의 아파트 뒷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곧이어 도착한 대야면은 군산의 면 중에서도 꽤 큰 규모의 중심지를 갖추고 있다. 식당과 편의점, 슈퍼 등이 잘 조성되어 있으니 식사나 보급등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이 대야면까지 내려왔다면 이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청암오토캠핑장까지는 산길이 없이 포장된 길과 농로가 주욱 이어진다. 햇볕을 피할 곳이 드문 공간이므로 반드시 음료를 충분히 구비하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안배가 필요하다.

만자제 수문을 지나 끝없이 펼쳐진 농로를 따라
만자제 수문을 지나 끝없이 펼쳐진 농로를 따라
간간히 만나는 청보리밭
간간히 만나는 청보리밭

대야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면 중심지를 벗어난다. 만자제 수문을 지나 드디어 농로를 향해 접어든다. 넓디 넓게 펼쳐진 평야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걷는 길은 그 자체로 순례의 길이다. 이 순간 만큼은 근대화역사문화도, 푸르른 바다도, 우거진 산길도 없다. 군산이 가진, 전북의 곡창지대가 가진 비옥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길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보리밭은 그 순례자의 걸음에 운치를 더해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춤사위와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바스락 소리를 응원삼는다.

옛 폐가가 운치를 더해준다.
옛 폐가가 운치를 더해준다.
효열비 앞 소방차 한 대가 든든하다.
효열비 앞 소방차 한 대가 든든하다.

구불4길을 따라 걷는동안 만나는 남내마을. 마을 뒤쪽으로 진입하여 미을 입구로 나오게 된다. 마을 뒷 길은 고색창연한 옛 가옥들이 버려져 있다. 그 크기와 위용, 그리고 자태가 너무나 아깝다. 다시 쓰면 쓸 수 있으련만, 돈이 있다면 매입해서 고치고 살고 싶건만...

평화로운 마을을 통과하여 입구께로 나오니 방금 본 옛 가옥만큼이나 낡은 효열비가 세워져 있다. 보수에 보수를 더 한 그 지붕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세월이 거꾸로 가는 듯 하다.

동네 아기가 두고 간 듯한 소방차 장난감이 놓여져 있다. 가치가 충분한 마을 문화재 앞에 놓여져 있으니 꽤나 든든한 느낌이다.

청암오토캠핑장에 도착하다.
청암오토캠핑장에 도착하다.

드디어 기나긴 걸음, 30여 km가 훌쩍 넘는 거리를 걸어 청암오토캠핑장에 도착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기에 더 없이 괜찮은 장소이다. 캠핑장 내 매점도 있고 식당 및 편의점 등이 위치한 옥산면소재지도 그리 멀지 않다.

​가만히 짐을 정비하며 내일의 일과를 준비해 본다. 정말 오늘 하루 잘 걸었다. 그리고 오늘 걸은 것 만으로도 내가 아는 군산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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