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맛있는 집을 만난다는 것은 의외로 음식의 맛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그 음식을 만나기까지의 상황이 중요하다. 즉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상태에서 그 음식을 만나게 되었는지가 그 음식에 대한 평가를 기대 이상으로, 혹은 기대 이하로 내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그 극단적인 예가 모두가 잘 아는 도루묵의 예일 것이다.각설하고, 맛집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서두를 길게 끄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이 본동식당은 해남군에서도 땅끝마을, 송호해변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거나 들르기 마련인 식당이다. 위치도 좋지만 저렴
두륜산 봉우리 셋을 돈 후 대흥사로 내려온다. 대흥사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길은 호젓하고 녹음 가득한 숲을 따라 잘 닦여진 포장길을 걷는 산책로이다. 그리고 대개는 그 길을 걸어내려오며 두륜산에서 소진한 기운 덕에 허기를 느끼게 된다.주차장 부근엔 흔하게 볼 수 있는, 큰 절 부근에 조성된 식당촌(해남웰빙음식촌)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다양한 식당들이 늘어서있지만 어째 대흥사 주차장의 식당들이 가장 많이 내어놓는 것은 보리밥정식, 즉 보리쌈밥이다.그 중에서도 "보리향기"는 해남 두륜산 답사 시 몇 번을 찾아가 먹었을 정
기억을 더듬어 보노라니 벌써 10여년이 넘은 일이다.말로만 듣던 굴비, 굴비에 녹차 말은 밥... 그 경험을 처음 한 곳은 목포였다. 목포의 어느 한정식 집에서 굴비밥상을 호기롭게 시켰었다. 맞다. 분명 그랬었다. 6월의 어느 날이었고 그 전 날은 무안에서 짚불삼겹살에 칠게장 발라 양파김치에 한 입 싸먹었었다.호기롭게 주문했던 그 날의 점심, 사실 그 속에는 "일단은 먹어보고 사진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기록에의 목적이 조금은 더 컸었다.그렇게 얼음 둥둥 뜬 녹찻물에 밥을 말고 죽죽 찢어진 굴비를 얹고 한 참을 고민했다. 동석
"해남에서 뭐 드셨을까요잉?"작년 해남 답사시, 해남군청의 담당자분이 웃으며 물어본 일이 있다. 나름 답사시 꽤 열심히 준비를 해 갔던터라 유명한 기사식당, 백반집과 팥칼국수집 등 거쳐온 곳을 줄줄 읊으니 "여그저그 많이도 드셨네요잉!"하고 놀라신다. 하지만 "해남 통닭은 드셔보셨는지?"라는 질문엔 답변을 내어놓지 못했다."해남 왔으면 통닭을 드셔야지. 쩌그 통닭거리가 있는데..." 하신다.해남에선 특별하게 튀기나? 아니면 양념에 뭔가 지역색을 띈 무엇인가가 들어가나? 싶었다. 그때의 나에게 '통닭'은 - 만인이 생각하듯 -
정육식당, 혹은 식육식당... 이젠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단어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웬만한 대도시에서도 식육식당, 정육식당이라는 말은 찾기 힘들다.그러나 그 정육점, 식육점과 함께 하는 식당이 주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짙은 분홍색, 붉은 색이라 할 정도의 빛이 감도는 조명과 냉장고, 그 위의 저울... 옆으로는 별도의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그 기름으로 약간 미끌거리는 바닥, 특유의 공기... 반쯤 기울어진 무쇠철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익어가는 고기.적어도 내가 먹어 본
양주 마루금길을 걷거나 의정부시와 포천시, 양주시, 동두천시를 동그랗게 두르는 천보산맥을 걷다보면 봉양리 부근에서 마무리 할 일이 많다. 혹여 그렇게 걷지 않더라도 경기북부를 3번국도를 따라 지날 때 즈음하여 일부러라도 찾아갈 만한 집이 있어 소개코자 한다. 회암천을 따라 한창 공사가 이루어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칠보산과 천보산이 이어진 자락 아래 옛골샤브칼국수가 자리하고 있다. 옛골이라는 이름답게 토속적인 정취가 가득한 외관이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내부는 넓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다닥다닥 붙어있
영남알프스를 오르고 걷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많이들 거쳐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배내고개일 것이다. 재약산과 천황산, 능동산을 지나 만나는 배내고개는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방면으로 향하는 이음길이 된다. 역방향으로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카페와 식당, 큰 주차장이 있어 산행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일종의 "요지"인 셈이다.원점회귀형으로 배내고개로 내려와 산행을 마치거나, 혹은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밥 한 끼는 속을 든든히 채워주며 송영의, 그리고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보약이다. 그러한 보약을 만날
그러니까, 8월 중순을 지난 즈음의 여행이었다.삼척과 동해를 지나 강릉도 넘어서 양양에 왔으니 거리로 본다면 참으로 기나긴 여행이다.그 여행의 끝을 적당히, 정말로 적당히 마무리 짓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차, 마지막 떠나는 걸음 전에 이 푸른 바다에서 배라도 채우고 떠나기로 했다.마침 이 쪽 바다는 해파랑길에 대한 답사, 취재 등으로, 그래도 전국의 여느 곳보다는 조금은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이 남애항과 남애해변은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남애해변에 서서 주변을 검색해보니 동해안에 왔으니 꼭 먹고 떠나야 할
삼척... 가만 보면 여행으로 삼척을 즐겨 찾는 이들을 거진 본 일이 없다. 물론 강원도 동해안 라인을 저어기 고성군부터 훑어 내려간다면 고성군 밑의 속초, 양양, 강릉, 동해 다음이 삼척이다. 그 밑으로는 경상북도 울진군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 경계치가 주는 애매함이 분명 존재한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때묻지 않은 바다와 넉넉한 인심이 살아있다. 굽이마다 펼쳐지는 바다가 주는 아름다움도 두 말할 필요 없지만 시내에서 맛 보는 다양한 음식들도 그만치나 수수하면서도 풍족하다. 해파랑길 29코스에서 32코스까지 안은 삼척의 바다,
진안군에서 밥을 먹고 실망한 기억이 그다지 없다.물론 개인의 입맛 차이도 있고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취향 차이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 번 답사를 오면 4박5일이 기본이었고 행사를 위해서는 열흘 넘게 머문 적도 있었던 진안군이다. 언제나 밥 먹을 시간이 없는게 문제였지 혹시 맛 없으면 어떡하나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해 바닷가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전라남도는 해남군, 완도군, 순천, 여수부터 경상도는 하동군, 남해군, 통영시, 거제시까지, 볼 거리와 먹을거리 참 많다는 소문은 지천이요, 다녀온 이들의 이제 막 잡아올린 활어보다도 더 생생한 후일담을 듣노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해남, 두륜산 도립공원과 달마고도, 땅끝천년숲옛길과 땅끝해안산책로까지 그렇게 해남군의 지원을 받아 "트레킹 마니아를 위한 팸투어"의 코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다만 그 와중에 다양한 루트로 답사를 진행했으나 끝내 거리상의 문제 및 야영지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살리지 못한 구간들도 많다. 그런 구간들이라 할지라도 정보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맛 본 음식은 몸과 마음으로 남는다. 해남군의 음식들을 대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은 화려하고 비싼 음식들이 아닌, 정말로 기본적인 상과 반찬에서 그 진가가
인천과 중화요리인천의 맛집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집(정통 중국음식이 아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음식이다.)을 빼 놓는다면 아예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그만큼이나 중국음식은 인천의 외식문화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이지만
해남군까지 가서도 끼니때가 되니 참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다. 아니, 해남까지 왔으니 더 고민일까?물론 남도음식이야 어디를 가도 돈이 안 아깝다지만 가뜩이나 먼 곳을 왔는데 혹여 일부러 찾은 곳이 실망을 주면 그것도 여정에 오점을 남길 일이기에 의외로 신경이 쓰인다.여기저기 검색도 해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한 실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연천군 군남면 진상리,당췌 붐빌래야 붐빌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주변에 변변한 유원지나 관광시설도 없는 곳이다. 그저 평화누리길 연천구간, 정확히 말하자면 11코스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흔히 말하는 '보급지'였다.걷기 행사를 마
2018년 10월...강화도에서 열린 KHT 행사의 어느 날이었다.하프코스(1박 2일)로 참가했다가 당일 아침에 풀코스(3박4일)로 바꾼 참가자분이 계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그 선생님은 그런 자신의 꿈에 대한 연습 삼아 자신이 4일 연속으로 걸을 수 있는가 한 번 도전을 해보고싶다고 하셨다.
굉장히 추웠다.뭐라 표현할 길이 없지만, 여하간 11월 중순에 낮기온은 체감온도가 영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예년보다 추운 날인것은 분명했다.그리고 그 길이 또 걷는 이를 몹시나 춥게 만들었다. 경기만 소금길 5구간, 안산 배두해솔길로 치면 3코스인 이 곳은 딱히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찾기 힘든,
연천군의 특산물 중에는 율무나 콩도 있지만 메밀도 있다. 미산면에는 메밀만 심었다 하여 '뫼물논'이라는 지명을 가진 논밭도 있을 정도니 생각보다 역사도 깊은 셈이다.메밀이 나는 곳에 메밀국수가 따라 나서지 않는 곳은 없다. 특히나 국수대를 눌러 타박타박한 반죽을 내린 메밀 막국수는 강원도 뿐만 아니라 연천군에서도 꽤나 유명한 음식이기도 하다.평화누리길 12코스를 걷다보면 거의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 만나게 되는 역이 신탄리역이다. 이 신탄리역에서 12코스의 최종 도착지인 역고드름까지는 약 4km 이내이다.배를 채우고 가던가, 역고드름
"1인분이 된다고요?"“네~ 우리는 한사람이 와도 흑돼지 연탄초벌구이 무한리필, 식사메뉴(흑돼지 두루치기) 해드려요”맙소사!! 때는 2017년 20호 태풍 카눈과 22호 태풍 사올라를 뚫고 올레길을 걸을 때, 대포포구 인근을 지난다. 태어나 제주도 방문도 처음이고 이미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걸어
비가 굉장하게 내렸다. 벌써 거진 1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다.그날 나는 무슨놈의 마가 끼었는지 앞 뒤로 수일 째 화창했던 날 사이, 딱 그 하루의 폭우를 선택하여 온 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연천을 걷고 있었다. 평화누리길 12코스, 통일이음길이 그 길이었다.신망리역을 지나며, 젖은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아침 일찍 나선터라 공복이기도 하고 뭔가 배를 채우고픈 마음이 강했다. 그때 철로 건너에서 보이던 순대국 간판. 국밥이면 사족을 못 쓰는 나에게 그 유혹은 어떤 것 보다도 강렬했다.한참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직 남은 거리가